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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타트업-(170)앤벗 정현종 대표

by 팁스관리자 TIPS STORY 2014.10.01

지난해 프라이머의 데모데이에 갔다가 베타테스트를 도와주는 솔루션을 기획한 팀의 발표를 들은 적이 있었다. 독특한 분야에 도전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들이 이후 이 서비스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들은 결국 처음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사업화하지는 못했다. 아니, 안했다고 하는 게 정확할 듯하다. 시행착오와 위기를 거쳐 이들은 좀 더 크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에 진출했다. 이번 주인공은 앤벗의 정현종 대표다.

◆삼성전자를 뛰쳐 나오다

공대생이지만 소설을 좋아한 대학생 정현종.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에 재학하면서 소설모임을 만들었다. 여기서 그는 4년 후배인 이한솔을 만나게 된다. 이한솔은 컴퓨터공학과. 물론 대학의 모든 모임, 동아리가 그렇듯이 이들이 정말로 항상 진득하게 소설만 봤을 리는 만무하다. 함께 학생다운 시간을 보낸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2010년 정현종은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LCD사업부 글로벌 운영팀에 입사해 기획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일단 대기업에, 그것도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갔지만 그는 막연하게나마 ‘언제가는 창업을 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도 그가 삼성에 들어갔던 이유는 일을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 실제로 그랬을까?

그는 “무엇보다 큰 그림을 볼 수 있었던 게 소득”이라고 말했다. 특히 큰 조직이 굴러가는 원칙을 알 수 있었고 대기업에서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고 비전을 수립하는 과정에 참여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가 대기업에 들어가 생활하고 있는 동안 그의 친구들은 속속 창업에 나서고 있었다. 연세대 산업공학과, 컴퓨터공학과 선후배들이 창업에 뛰어드는 것을 보면서 그도 마음이 동했다. “나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그때부터 들더라구요. 그러면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그런데 현실화 가능성이 없는 게 많아서 선뜻 아이템을 결정하긴 쉽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그는 일을 저질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삼성에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 2012년 1월이었다. 아이템도 정하지 않았고 함께 할 팀도 없는 상태였지만 그는 결심을 단행했다.

“너무 무모한 거 아닌가요? 삼성에 다니면서 아이템도 결정하고 사람도 구하고 주변 상황도 정리하면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거 아니었나요?”

“아뇨. 전혀요. 삼성전자에 다니면서 전혀 개인 시간이 나질 않았어요.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았고 그걸 다 하기엔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죠. 이대로 가다간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생각해서 일단 회사를 나왔어요.”

◆멤버 결성, 그리고 프라이머

회사를 나와서 그는 일단 닥치는 대로 각종 경진대회와 창업 관련 컨퍼런스 등을 다녔다. 경험도 쌓고, 아이디어도 얻고 사람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이주형을 만난 것이다.

경기대 경영학과 03학번 출신인 이주형은 매우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미국 가발회사에 취직한 그는 아프리카 가나 지사에 나가서 일하게 된다. 가나에서 2년 동안 현지인들, 극소수의 한국인들과 일한 그는 2년간의 생활을 마무리한 뒤에는 아프리카 각지를 돌면서 배낭여행을 했다. 보츠와나, 짐바브웨,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다녔다. 아프리카를 정처없이(?) 떠도는게 안가본 사람이라면 걱정을 할 법도 한데, 그는 가나에서 2년을 살아서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한다.

2012년 6월 만난 두 사람은 포항 북구 창포동에 같은 아파트 위아래 층에 살고 있다는 기가막힌 인연을 발견하게 된다. 뭔가 있나보다 싶었을 것 같다. 어쨌든 때마침 이주형도 아프리카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에게도 함께 창업을 모색하던 팀이 있었는데 정 대표와 만나 팀을 합치면서 둘만 남았고, 그 둘이 결국 팀이 됐다.

이 팀은 실력있는 개발자가 필요했다. 정 대표에게는 후배 이한솔이 있었다. 후배를 설득해 합류케 하면서 팀이 완성됐다. 2012년 말이었다.

이 와중에도 이들은 꾸준히 창업 아이템 발굴을 시도했다. 2012년 삼성SDS에서 하는 SGen 글로벌이라는 창업대회에 나가서 2위에 입상했고 프라이머 엔턴십에도 참가했다. 그리고 2013년 처음 구상한 이들의 아이템은 모바일앱 베타테스트를 도와주는 솔루션. “쉽게 말하면 어떤 서비스든지 베타테스트를 하고 싶은데 여건이 안되는 경우가 많쟎아요. 베타테스트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이었죠.”

솔루션 명은 베타캣. 그런데 2013년 프라이머의 인큐베이팅을 받으면서 일대 수정이 일어나게 된다. 프라이머의 지적은 2가지. 우선 시장이 너무 작다는 것. 그리고 너무 많은 영역을 커버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더 큰 시장이 있으면서 좀 더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분야로의 피보팅이 필요했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모바일 앱 사용자 행동 분석 솔루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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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행동 분석 솔루션

이처럼 신속한 전환이 가능했던 것은 Adfresca라는 회사에 근무했던 이한솔 CTO의 경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 회사는 게임 사용자에 대한 분석툴을 제공하는 업체였다.

8월28일, 앤벗은 유저해빗(Userhabit)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해주는 솔루션이다.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면 어떤 유익이 있을까. 앱을 만든 사람들은 단순히 몇시 몇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앱을 방문했는지, 어떤 메뉴를 많이 썼는지, 언제 클릭률이 감소하는지 등의 정보만 알고 싶은게 아니다. 좀 더 자세히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알면 앱의 기획부터 디자인에까지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저해빗은 사용자들이 앱을 켜고 화면의 어디를 눌렀는지도 알 수 있고 페이지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경로 파악도 가능하다. 개인별로 사용패턴을 분석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이 화면을 잘못 터치하는 것까지 분석해준다.

즉 앱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단계 뿐 아니라 앱을 서비스하는 과정에서도 사용자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분석해서 이를 앱의 기능향상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데이터 분석과 더불어 사용자 의견에 대한 설문 기능도 결합돼 있어 사용자들이 특정 행동을 보이는 동기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앱의 효율성, 편의성 등을 높이려고 고민하는 모든 회사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정 대표는 “앱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치열한 경쟁 속에 사용자들의 행동패턴을 분석해 앱에 반영하려는 시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해외 시장에서도 무리없이 통할 수 있는 모델인만큼 글로벌 서비스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글 : 임원기 

출처 : http://goo.gl/jHDdMr